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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디지털 달러 개발 현황

by 니모하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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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재, 전 세계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둘러싸고 기술 경쟁과 통화 주권 강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디지털 달러 도입에 있어 다소 신중하지만 점차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대도시 상용화를 본격화했고,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발행 준비단계에 돌입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감안해 기술적 실험과 정책적 평가를 병행하는 다층적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2025년 기준 미국의 디지털 달러 추진 상황을 정리해본다.

미국 내 디지털 달러 개발 현황
미국 내 디지털 달러 개발 현황

연준의 기술적 진전과 민간 협력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디지털 달러 개발을 위해 여러 기술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실증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해밀턴으로, 보스턴 연준과 MIT 디지털화폐 이니셔티브가 공동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초당 수십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블록체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2024년 말 기준 2단계 기술 테스트까지 완료되었다.

 

2025년 현재, 프로젝트 해밀턴은 상용화 가능성 평가를 위한 시뮬레이션 및 정책 설계 실험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연준은 민간 금융기관, 핀테크 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민간 주도의 인터페이스 설계와 중앙은행 주도의 청산·결제 인프라를 분리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연준은 CBDC 설계에서 계정 기반 모델과 토큰 기반 모델 중 어떤 구조가 소비자 보호와 효율성 측면에서 더 적합할지에 대한 연구와 여론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구현이 아닌, 미국식 금융 시스템에 맞는 사용자 중심 접근을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달러의 감시화 우려

CBDC가 지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자금 흐름의 투명성 강화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미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부른다. 보수 성향 정치인들과 자유주의자들은 디지털 달러를 정부가 개인의 모든 금융 거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도구로 규정하며, 이는 디지털 감시국가의 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23~2024년 동안 공화당이 주도한 일부 주는 디지털 달러 사용 금지 법안을 발의하거나 통과시켰으며, 2025년 현재에도 연방 수준에서의 CBDC 발행 법적 근거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시민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디지털 달러가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향상과 불법 자금 흐름 차단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적극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CBDC가 기존 은행 시스템 없이도 모바일 기반 지갑을 통해 직접 지급될 수 있는 구조라면, 이는 저소득층, 이민자, 신용이력 미보유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2025년 현재 미국 내 디지털 달러 논의는 단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윤리·사회적 가치 충돌이 얽힌 복합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패권 전략과 디지털 달러의 지정학적 의미

미국이 디지털 달러 도입에 신중한 가장 큰 이유는,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서구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SWIFT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 탈피를 시도하며 디지털 화폐 기반의 새로운 국제결제 네트워크를 실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섣불리 CBDC를 도입하는 것은 금융 패권에 대한 구조적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

 

2025년 기준, 미 재무부와 연준은 디지털 달러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통화 정책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단지 민간 사용자 편의성을 위한 설계가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CBDC 프레임을 요구한다.

 

특히 미국은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BIS, IMF, G7 등 다자기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화폐 간 상호 운용성, 환율 자동 조정, 국제 AML 규정 반영 등이 디지털 달러 설계 초기부터 고려되고 있다. 이는 단지 국내 사용을 넘어, 디지털 외교와 글로벌 화폐 주도권 경쟁의 일환으로 CBDC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2025년 현재, 미국은 디지털 달러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그 속도보다 더 주목할 점은 미국식 CBDC가 어떠한 가치와 체계를 담고 등장할 것인가이다. 단순히 기술만의 문제가 아닌, 프라이버시, 금융 포용성, 글로벌 패권, 정치적 투명성이라는 다면적 기준 속에서 설계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 CBDC만의 독자성을 만든다.

 

중국처럼 빠르진 않지만, 유럽처럼 단일하지도 않은 미국식 디지털 달러의 방향성은 앞으로 글로벌 금융질서와 민주주의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