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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국의 위안화 수용 움직임

by 니모하 2025. 5. 2.

    목차

세계 경제의 중심 통화는 오랫동안 미국 달러였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달러는 국제 결제, 원자재 거래, 외환보유 등 거의 모든 글로벌 금융 거래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부 신흥국들과 자원 부국들 사이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바로 중국의 통화인 위안화가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국의 위안화 수용 움직임
사우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국의 위안화 수용 움직임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중국은 오랜 시간 위안화 국제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2016년에는 IMF 특별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위안화가 포함되며 국제적인 신뢰도를 얻었다. 이후 중국은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확대해오며 글로벌 통화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 제재와 미국의 달러 무기화 전략이 부각되면서, 비서방 국가들은 탈달러화라는 새로운 키워드 아래 위안화에 주목하게 되었다.

 

경제력의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브릭스 국가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은 이러한 맥락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 중동의 자원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위안화 결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통화 질서에 조용하지만 중대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사우디, 브라질, 러시아의 전략적 선택

최근 위안화 수용 움직임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군사·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사우디는 오랫동안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는 ‘페트로달러’ 체제의 핵심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는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위안화 결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202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 이후, 양국 간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논의되었고, 아람코는 중국 국영기업과 위안화 기반의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가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자, 중국이라는 최대 수요처와의 협력 강화 차원에서 읽을 수 있다.

 

러시아는 더욱 급진적인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의 강도 높은 금융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SWIFT 시스템에서 배제되었고, 주요 외화 자산이 동결되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대중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빠르게 확대했다. 루블-위안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러시아의 중앙은행은 위안화 자산 비중을 늘리며 외환보유의 다양화에 나섰다. 에너지 수출의 결제 통화도 점차 위안화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탈달러화 전략의 핵심 축이다.

 

브라질 또한 위안화 수용에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다. 브라질은 2023년부터 중국과의 무역에서 달러를 거치지 않고 위안화-헤알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브라질은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며, 중국은 브라질 최대 수출 시장이다. 양국은 CIPS 시스템을 통해 직접 결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브라질 정부는 일부 국영기업의 외환거래에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국가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결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의 전환을 상징한다.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의지와,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 심화가 결합된 복합적 현상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기회와 한계

위안화 수용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중국에게는 외교적 승리이자 경제적 레버리지 확대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위안화가 글로벌 무역 통화로 자리잡게 되면 중국은 환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자국 통화로 자원을 확보하는 강력한 전략적 이점을 얻게 된다. 나아가 미국의 금융 제재 도구가 약화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위안화의 국제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 핵심은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성과 위안화에 대한 국제적 신뢰에 달려 있다. 현재 위안화는 자본 통제가 강한 통화이며, 시장에서 자유롭게 환전·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국 정부가 통화 가치를 관리하고 금융 시스템을 강하게 통제하는 한, 국제 투자자들은 위안화를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위안화는 국제 무역에서는 점차 사용이 늘고 있지만, 외환보유나 글로벌 투자자산의 비중에서는 여전히 달러와 유로에 크게 못 미친다.

 

또한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 내부에서의 통화 안정성과 통제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국제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게다가 위안화를 받아들이는 국가들도 모든 거래를 위안화로 전환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나 브라질 모두 위안화를 ‘대안적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자국 통화 안정성과 국제금융 접근성 유지를 위해 달러를 병행 사용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흐름은 달러 중심의 금융질서가 균열되고, 점차 다극화되는 과정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다. 위안화, 유로, 심지어 디지털 통화들이 각기 다른 지역과 무역 블록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특정 국가의 통화가 절대적인 패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