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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첨단 제조업의 중동 및 유럽 수출전략 변화

by 니모하 2025. 5. 6.

    목차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지난 10년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CATL, BYD, NIO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며 세계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2024년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은 점점 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중동과 유럽은 중국이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삼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번 글에서는 중국 첨단 제조업의 미국 외 타국가의 수출전략 변화에 대해서 알아본다.  

중국 첨단 제조업의 중동 및 유럽 수출전략 변화
중국 첨단 제조업의 중동 및 유럽 수출전략 변화

내수 포화에서 외수 개척으로

중국의 내수 포화 문제는 단순히 시장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 과열과 가격 덤핑의 문제이기도 하다. 2024년 하반기부터는 중국 내 전기차 가격 전쟁이 심화되었고, 주요 업체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기업들이 해외 수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되었다. 특히 유럽은 탈탄소 정책과 함께 내연기관차 퇴출 시한을 명확히 설정한 시장으로, 중국 전기차 기업에겐 매우 매력적인 타깃이다. 중동 역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신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국가들이 많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에너지 협력 + 현지화 생산

중국의 중동 전략은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에너지 외교와 현지 생산기지 구축이라는 이중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은 석유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비전 2030’과 같은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투자와 생산 기지 설립을 통한 파트너십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TL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현지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출보다 장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다. BYD 또한 아부다비 정부와 전기버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공장 설립 가능성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중동에서 중국산 전기차나 배터리를 파는 것을 넘어서, 현지 경제의 ‘파트너’로 자리 잡고자 한다.

 

또한 중국은 에너지 협력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에는 리튬, 코발트 등 희귀 광물이 필수적인데, 이들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중국은 중동 국가들과 전략적 자원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 이후 시대의 경제 재편을 위해, 중국의 산업 기술과 자본을 수용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 경쟁력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회피에 초점

유럽은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중국 기업들에게는 반드시 진입해야 할 핵심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럽 내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 심리가 커졌고,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하는 등 무역 마찰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중국 기업들은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유럽 현지 생산과 브랜드 현지화를 중심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NIO는 유럽 현지 시장에 맞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고, BYD는 헝가리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수입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 그 이상으로, 유럽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세 등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중국 기업들은 유럽 자동차 브랜드와 협력하거나,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다. 이는 유럽 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소프트 파워 전략의 일환이다. 예컨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스웨덴, 독일 등의 디자인 및 R&D 센터를 확보하며 ‘유럽 감성’을 내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첨단 제조업이 중동과 유럽으로의 수출 전략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단순한 해외 판매 확대를 넘어, 현지화, 전략적 파트너십, 정치적 리스크 회피라는 복합적 전략의 집합체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내수 시장에만 기대지 않고, 세계 각국의 정책 변화와 산업 구조 재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는 글로벌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를 넘어 AI, 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다른 첨단 산업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